<인터뷰> `전관예우금지'후 첫 퇴직 김영준 판사
2011. 5. 19. 연합뉴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고 법조인으로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퇴직한 판ㆍ검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법원ㆍ검찰청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이 지난 17일 시행된 가운데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퇴직 발령을 받았다.
대법원은 대구지법 제12형사부 김영준(46) 부장판사에 대해 18일자로 퇴직 발령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따라 김 부장판사는 오는 23일자로 법관직에서 물러나 대구지방변호사회에 등록절차를 거친 뒤 대구지법 인근 오피스텔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다른 이유도 많지만 금전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중3, 고2에 재학 중인 2녀 1남의 아버지이지만 경제적으로 늘 어려웠기 때문에 그동안 '언젠가 법복을 벗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 어느날 출근해보니 전관예우 금지법이 즉시 발효된다는 보도를 보고 사의를 굳혔고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너무 뒤늦게 수리된 건 아닌가.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까지 갈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법 시행 전에 나가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의 뒤늦은 사표 수리에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사표를 제출할 때까지만해도 대법원에서 특별한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고 했는데 열흘가량 묵묵부답이다 11일에야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법원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7일 법 시행 후 사의를 번복할 생각은 없었나.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표를 제출하고 대법원의 방침이 정해지기까지 열흘가량 지나는 사이 이미 (판사직에 대한) 마음이 떠나있었다. 중형을 선고하는 일이 다반사인 재판부를 담당하는 부장판사로서 다시 예전처럼 재판을 한다는 것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었다. 이미 마음을 먹은 이상 본인의 이해득실을 떠나 법복을 벗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고 아내도 이 같은 뜻에 흔쾌히 따라줘서 너무 고마웠다.
-개업 보다는 법무법인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나.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일 법무법인에 소속돼 최근 1년간 내가 근무했던 대구지법이나 대구지법 서부지원 사건을 수임하지 않더라도 같은 법인에 소속된 다른 변호사가 이들 법원의 사건을 수임할 경우 남들이 내가 뒤에서 전관으로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낼 것 아닌가. 그동안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자부해온 판사로서 그런 오해는 사고 싶지 않았다.
-전관예우 금지법 때문에 앞으로 사건 수임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개업 후에는 고법 항소사건과 가정법원 가사사건을 주로 맡을 예정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관예우 금지법이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퇴직한 부장판사들이 지법이나 지원 사건에 마구잡이로 매달리던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지법이나 지원사건보다는 수준 높고 어려운 고법사건을 많이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사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법조인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