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여학생 성폭행 혐의
법원 “우발적 범행에 초범”
원심 깨고 징역3년·집유5년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변호사도 파산하는 시대에 돈만 좇는 ‘상인 변호사’가 늘고 있는 와중에 대구의 한 변호사가 정성어린 변론으로 법원을 감동시켜, 젊은이 3명에게 새 삶을 살게 했다.
대학생인 A·B·C군은 D군의 군입대 환송잔치를 벌이다 함께 동석한 E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7월 D군의 군입대 환송식을 위해 남학생 5명과 E양을 포함한 여학생 2명 등 7명이 모여 모텔에서 술잔치를 벌였다. 게임을 해 진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임을 벌이다 술에 취한 E양을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의 2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중원 김영준 변호사(45)는 먼저 법원의 법적용의 모순을 지적했다. 남학생 5명 중 법원은 A·B·C군 등 3명에 대해서만 합동범의 법리를 적용하고, 나머지 2명에게는 적용하지 않은 부당함을 지적,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이끌어 냈다.
김 변호사는 또 가해자 가족을 설득해 피해자와 합의를 주선했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 피해자 가족은 법원에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나아가 젊은 날 한때의 실수의 대가로는 징역 5년형의 무거움을 설파했다.
김 변호사는 “군입대를 앞둔 친구를 환송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학업뿐만 아니라 인생마저 포기해야 할 처지다. 징역 5년형을 복역시키는 것보다 이들로 하여금 남은 학업을 마쳐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법원도 통상적인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파격적으로 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항소심 선고를 통해 이들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질렀고 초범인 데다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선처를 원하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10개월간의 구치소 생활을 했던 이들은 석방되자마자 곧장 김 변호사를 찾았다. 감사의 큰 절과 함께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영호기자 cyong@yeongnam.com